한 사내가 절벽 끝에 서서 구두와 양말을 벗고 투신하려고 했다.
"발뒤꿈치 때나 좀 씻게나!"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백발의 노인이 서있었다.
"죽을 사람이 발은 씻어 뭐합니까?"
"자네가 물에 빠져죽으면 온몸에 때가 좀 많겠는가. 그게 다 불어서
떠오르면 물위에 떠다닐 거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그럼 저더러 어떡하란 말씀입니까?"
"깨끗이 죽으란 소릴세. 근데 그 이유가 뭔가?"
"돈 때문이죠. 한 마디로 망했습니다."
"자네 가족은 있나?"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이 둘 있습니다."
"자네 말고 내가 죽어야겄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나는 가족도, 건강도, 희망도 없으니 죽어야지. 빚이야 젊으니 열심히
일하면 못 갚을까. 그러나 나는 밥만 축내는 벌레 같으니 죽어야지."
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절벽위에 금방이라도 뛰어들 기세였다.
사내는 정신이 번쩍 나서 노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소견이 좁았습니다. 다시는 죽는다는 소리하지
않겠습니다."
사내는 오래 있지 않아 모든 빚을 갚고 행복하게 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