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 총리 장 크레티앙은 '시골호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수수하고 밤에 부인과 함께
동네 피자가게에 나타날 정도로 성격이 소탈하다고 한
다. 그러나 그에게는 말 못할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가
난한 집안의 19형제 가운데 열 여덟째로 태어났는데 선
천적으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안면 근육 마비로 입
이 비뚤어져 발음이 어눌했기 때문이다.
1993년 총리가 된 이래 세 번이나 총리에 임명되었는
데 그의 어눌한 발음은 정치 만화가의 풍자의 대상이
되었고 작은 일도 크게 부풀려져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가 선거유세를 다닐 때의 일이다.
"여러분, 저는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
에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은 제가 가지고 있는 언어장애 때문에 제 생각과 의지
를 전부 전하지 못할까봐 고통스럽습니다. 인내심을 가
지고 저의 말에 귀 기울려 주십시요. 저의 어눌한 발음
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저의 생각과 의지를 들어주셨
으면 합니다."
열정을 다해 연설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쳤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에게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
은 치명적인 결점입니다."
그때 크레티앙은 어눌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말은 잘 못하지만 거짓말은 안 합니다."
그는 1963년 스물아홉 살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40
여 년 동안 정치생활을 해오면서 자신의 신체 장애로
인한 고통을 솔직히 시인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지
지를 받았다.
